(썰 完) 쿠니후타 FHQ 날조
쿠니후타계에 썰처럼 풀었던 조각글도 조금 포합되어 있습니다^^
아침햇살이 흘러내린 탑 밖에서는 이미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짐이나 농기구들을 움켜쥐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꾸밈없이 웃는 얼굴로 아침을 맞이했다.
반대로, 마을 안에 우뚝 서있는 탑 안에서는 연거푸 한숨이 흘러나왔다.
-소환은 잘 되어가?
-표정만 딱 봐도 망한 것 모릅니까? 오늘 기분 험악하니까 말 걸지 마시죠.
후타쿠치의 낭패를 지켜보며 맞은편에 앉아 테이블에 턱을 기대고 웃는 쿠로오의 얼굴 위로 얄밉게 생글거리는 웃음이 그려졌다. 길드원들이 이용하는 1층의 식당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빈 테이블도 많이 있어 후타쿠치는 앞의 남자가 왜 하필 자기 앞에 앉아 뺀질뺀질한 혓바닥을 굴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화가 나서 다 엎고 싶은 심정인데.
-겨우 실패 한 번에 상심하지 말자고.
-......
-혹시 알아? 네 허접한 소환진에 걸려드는 마수, 운 좋으면 마족이 나올 지도?
-헛소리 작작하고 꺼지세요.
-세상에, 세상에! 선배에게 말버릇 좀 보세요?
-어차피 나와 다른 전공이면서 선배는 무슨.
입을 삐죽거린 후타쿠치가 포크를 놓고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꽤 오래 앉아있었던 것 같은데 의외로 음식이 거의 줄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 않은 것보다는 자존심이 상한 것이 컸다. 나름대로 길드 안에서 유명한 소환술사인데 겨우 정령소환술에서 흑소환술로 전공 좀 바뀌었다고, 이렇게 완벽히 실패하다니.
물 한 컵을 비우고 씩씩 숨을 내쉬던 후타쿠치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소환을 시도해보기 위해 연구실로 돌아갔다. 하다못해 중급마수라도 소환해야 저 쿠로오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네 허접한 소환진에 걸려드는 마수, 운 좋으면 마족이 나올 지도.
그 날, 쿠로오가 한 말은 분명 예언도 뭣도 아닌 단순한 농이었겠지만.
-정말 인간계로 왔네.
-.......
-당신. 당신이 저 소환진 주인인가요?
검청색의 망토를 몸에 두른 누군가가 그렇게 물었다. 소환술사의 마력이 일으킨 부드러운 바람에 머리칼이 가볍고 검게 흩날렸다. 지금까지 후타쿠치가 만난 다양한 인간들 중에, 그는 누구보다 아름답고, 고요하고. 누구보다도 어두웠다. 그건, 물론 눈앞의 남자가 인간이 아니기에 그랬다.
뿔? 마족?
머리 양 옆의 작지만 단단한 연회색의 뿔을 보며, 후타쿠치는 절망적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머릿속에서 망했어요~ 망했어요~ 넌 망했어요~ 라며 쿠로오의 유쾌한 목소리로 재생되는 노래가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진짜 망했다.
쿠니미는 마왕 오이카와 밑에 있는 마족인데 오이카와나 상사인 카게야마의 괴롭힘(물론 둘은 좀 다른 종류지만)을 못 견디고 마왕성을 가출함. 그리고 갈 데도 없어서 혼자 돌아다니다가 마계 한가운데에 떡하니 놓인 소환진을 발견했던 거임.
이왕 가출을 할 거면 아예 다른 세계로 해버리자 싶어서 쿠니미는 소환진 안으로 들어감. 그래서 작은 마수나 나오겠지 싶었던 후타쿠치가 자긴 감당이 안 되는 힘을 가진 마족이 나오니까 망했다고 중얼거림.
그것도 모자라 후타쿠치가 좋게 얘기해서 마왕성으로 돌아가라고 설득하는데 자긴 이제 지긋지긋한 마계에 다시는 안돌아간다고 해서 결국 동거하는 쿠니후타
쿠니미는 마계에선 유능한 마족이었는데 인간계에서는 딱 세상물정 모르는 애기처럼 굴면 좋겠다. 그래서 언제나 니로가 소환사들이 입는 회색 후드 입혀주고 아침마다 뿔도 가려줘야 함. 안 그러면 대책 없이 그냥 밖에 나감.
처음엔 마족이 처음이라 쿠니미 앞에서 조금 무섭고 기죽었던 니로도 며칠 쿠니미가 일으키는 사건사고들 수습하다보니 조금씩 빡치겠지. 그래서 점점 말도 짧아지고 표정에 짜증이 그대로 드러남. 쿠니미는 처음 만난 인간인 후타쿠치가 신기하고 외모가 취향이기도 하고 24시간 같이 있으니 정도 들어서 거의 하루 종일 붙어 있으려고 함.
그러던 와중에 니로가 정색하고 마계 언제 돌아가시냐고 하면 좋겠다. 처음 만났을 때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던 쿠니미는 좀 울컥해서 ‘차라리 저와 계약을 하면 어때요? 그럼 당신은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강한 소환사가 될 거에요-’ 이러는데 안 통함. ‘아니, 그래서 언제 돌아가실 거냐고’라고 후타쿠치가 되물음.
후타쿠치가 물러설 기색이 없으니 결국 최후수단으로 쿠니미가 후타쿠치 얼굴 붙잡고 딥키스해버림. 사실 이게 아무 의미 없는 키스인데 충격 받고 어버버하는 니로에게 거짓말하는 쿠니미 보고 싶다. 고위급 마족과 입을 맞췄으니까 이제 당신 영혼은 나에게 각인되었고 내 것이에요-라고 하면 좋겠다. 그러니까 자길 마계로 돌려보내고 싶다면 당신도 마계에 와야 한다고.
애초에 마족에 대해 쥐뿔도 몰랐던 니로는 그 거짓말 믿고 ‘이 미친 새끼!’ 하면서 머리 싸매고 주저앉는 거 보고 싶다. 그래서 쿠니미 돌려보낼 생각은 결국 포기하고 다시 동거하는 거 좋음. 그 이후부터는 니로 연구실에 있는 동안 방해 안 하고 나름 혼자서 포카포카하게 방에서 낮잠 자고 밖으로 나갈 땐 니로 말 잘 듣고 꼭 뿔 가리는 쿠니미.
지상에서는 할 거 없으니까 잉여처럼 가만히 멍-때리면서 마족에게도 천국이 있다면 이런 거겠네...중얼거리는 쿠니미 보고 싶다. 안 그래도 그 동안 카게야마 밑에서 너무 혹독하게 구른 지라 진심 천국처럼 여길 듯. 연구 끝낸 니로가 돌아오면 날아가서 자꾸 계약하지 않겠냐고 물어봄. 그런데 니로가 늘 계약 안 한다고 철벽 치겠지. 너무 귀찮아서 하루는 '각인을 하기 위해 키스를 했다면 계약은 몸이라도 섞어야 하냐? 마족과 마녀가 계약할 때는 그런다는데? 네가 다리 벌릴 것도 아니면 좀 그만하지?' 이랬으면. 그리고 이제 입 좀 다물라고 중얼거리는 니로 무표정으로 보면서 쿠니미가 속으로 '한 번 해볼까? 어떻게 되나.'이런 미친 생각 하고 있었음.
마족 쿠니미 예쁘고 말수는 별로 없는데 장난기는 많은 편. 설정 좀 날조한다면 아버지가 마왕의 동생 같은 진짜 고위 순혈마족이고 어머니가 몽마라서 얘도 꿈과 관련된 마법 쓸 수 있으면 좋겠음. 그래서 가끔 잉여짓이 너무 지루해질 때는 니로 잠들면 마법 걸어서 후타쿠치 야한 꿈꾸게 몽마술 쓰면 좋겠다.
쉽게 못 깨도록 마법 걸어 깊은 잠에 빠지게 하고는 니로 꿈 가지고 장난치는 거. 첨엔 인간이 자기 마법에 걸려서 끙끙거리는거 보는 게 재밌으니까 조금 괴롭히는 정도로 건전하게 놀았음. 그러다 나중에는 전혀 안 건전하게 꿈에서 니로랑 그 짓하는 남자나 여자(하필)의 얼굴을 자기얼굴로 설정해놓고 머리맡에 앉아서 구경했으면.
니로 아침에 정신없이 일어나서 ‘뭐지, 난 변태인가, 물론 저 녀석 얼굴이 취향이긴 했지만 난 여자가 좋은데, 내가 변태였냐?’ 이러면서 멘봉오겠지. 애초에 몽마술이고 뭐고 그런 걸 떠올릴 정신도 없을 듯. 태연히 와서 잘 잤냐고 묻는 쿠니미 목소리 듣고 니로 얼굴 빨개짐. 그리고 애가 하루 종일 피곤한 얼굴이니까 쿠로오도 괜히 니로 연구실에 놀러 와서 밤새 잠도 안자고 뭐했냐고 짓궂게 놀림.
설정이 연구/사건 해결하는 길드 안에 있다는 거니까 니로도 종종 임무 나갔으면 좋겠다. 후타쿠치 사실 꽤 실력 좋은 소환사인데 흑마법계열 소환 부분은 좀 미숙해서 흑마법사인 쿠로오가 네 실력 미숙하다고 놀린 거였으면. 니로의 원래 특기는 정령 같은 좀 예쁘고 하늘거리는 거 소환하는 거였음.
니로가 일 나가면 따라오는 쿠니미. 니로 사건해결은 늘 잘하는데 어그로도 잘 끌어서 여기저기 휘말리는 경우가 있음. 특히 지나가는 불량배들이나 용병들과도 자주 시비가 붙는데 쿠니미가 조용히 뒤에 있다가 위험하다 싶을 때 도와주기도 했으면.
마법 걸어서 상대편 다 잠재운다거나 상황 안 좋으면 도망치게 도와준다거나. 탑에서는 방해만 하고 잉여하게 있던 쿠니미가 임무 나오면 도움이 될 때도 있어서 니로도 아 맞다, 이 녀석 마족이었지- 이렇게 재차 인식함.
쿠니미를 소환한 것은 당연히 모두에게 비밀임. 그래서 다들 니로가 이번에도 소환 실패했다고 알면 좋겠다. 결국 니로가 쿠로오 어그로에 짜증나서 자기도 흑마수 같은 거 소환할 거라고 큰소리치고 연금술사 엔노시타 방에서 몰래 촉매제까지 만들어서 그 자리에서 소환까지만 성공한 적 있음. 그런데 촉매제 때문인지 너무 강한 녀석이 튀어나와서 어찌 컨트롤이나 계약은 못 하고 당황해서 일단 방에서 나와 버림.
하필 부른 것이 지능이 없고 마력만 센 촉수 같은 고위마수라 말은 안 통해서 쿠니미처럼 어찌 대화로 돌려보낼(물론 대화가 가능한 쿠니미도 못 돌려보내긴 했지만) 상대도 아님. 안절부절 못하고 있으니까 쿠니미가 와서 자기가 저 괴물 마법 써서 강제로 마계에 돌려보내줄 테니 후타쿠치씨는 시간 끌어달라고 함.
사실 쿠니미 마법실력이면 길게 시간 끌 필요는 없는데 자기 계약자로 찍어놓은 니로 실력 직접 보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거였으면. 처음에 니로가 화색이 되어서 ‘오, 진짜로?’ 이러다가 왠지 자기가 소환까지 한 건데 남(쿠니미)에게 그렇게 다 맡기긴 싫고 소환사로서 자존심이 있으니까 차라리 자기가 해볼 테니 혹시 마력 부족하면 마력공급만 도와달라고 하면 좋겠음. 쿠니미 좀 울컥해서 알았다고 대답하고 둘이 같이 엔노시타 연구실에 들어감.
자잘한 유리조각이 발아래 밟히는 소리가 났다.
하아.
후타쿠치는 깊은 숨을 내쉬며 앞을 응시하다가, 이내 손가락으로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엔노시타의 책상 위에까지 촉수를 걸치고서 꿈틀거리는 검은 마수를 보자 문득 자신의 허세 섞인 각오가 후회되었다.
“저기.”
“왜요?”
“혹시 생각 있으면 네가 해볼래?”
“뻔뻔하시긴. 전 이제 이 일에 나설 생각 없습니다.”
차가운 목소리에 후타쿠치는 그럴 줄 알았는지 본인이 물어놓고도 쓰게 웃었다.
이왕이면 쿠로오에게 마수를 강제 송환하는 법에 대해 물어보고 올걸.
후타쿠치가 소환하는 정령들은 실수가 많고 농땡이가 심하긴 했지만 적어도 그만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는 말만큼은 잘 들었다. 헌데 눈앞의 괴물이나, 뒤에 멀뚱히 서있는 녀석은.......
“그렇게 가만히 있어도 괜찮겠어요?”
“어?”
“당신, 마력이 가득해서 우리 같은 종족에겐 좋은 몸이거든요.”
모체로 삼기 적임자라는 거죠-
그 말을 끝으로 쿠니미는 더 이상 후타쿠치의 용무에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입을 꾹 다물었다.
“.........?”
마계생물에 대해 문외한인 자신이 들어도 뭔가 심상치 않은 단어가 하나 껴있었다. 경악하는 얼굴로 무언가 말을 하기 위해 후타쿠치가 입을 여는 순간 발목을 질척한 무언가가 감았다.
“이, 씨발!”
그것이 무엇인지도 확인하기 전에 후타쿠치는 반사적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동시에 번개를 부리는 정령을 소환했다. 작은 몸집의 푸른색 정령이 잠시 날개를 파닥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커다란 폭발음이 귀를 때렸다.
.........성질하고는. 쿠니미는 방 안에 가득한 연기와 먼지를 들이마신 다음 작게 중얼거렸다. 결계를 쳐놔서 어지간한 소음은 새어나가지 않겠지만. 물론 들키면 곤란한 것은 자신보단 전적으로 후타쿠치였으므로 쿠니미는 그를 적극적으로 돕지도, 말리지도 않았다. 복잡한 것도, 시간을 끄는 것도 싫어한다던 후타쿠치는 질퍽이는 둥근 머리와 여러 갈래의 촉수를 가진 마수를 보며 이를 갈았다.
“그럼 송환이고 뭐고, 이런 못생긴 몬스터는 이 자리에서 태워버리면 되겠지.”
'아니. 당신이 가진 힘으로 그건 무리라고.'
쿠니미는 얼굴을 조금 찌푸렸지만 그 속마음을 직접 입 밖으로 뱉지는 않았다.
여자를 만나본 적이 없는 불쌍한 길드원들의 시시덕거리는 음담패설을 들어본 적이 있다. 어디에서 훔쳐왔는지 하라는 연구는 뒷전으로 미루고 낡은 책을 돌려보며 그들은 ‘공주님을 범하는 발정 난 마수’에 대해 열띤 대화를 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후타쿠치! 너도 읽어보면 질질 쌀걸?’ 이라며 내 손을 잡아끌어 억지로 그들의 한심한 대화에 날 끼워 넣고자 했다.
그때 내가 그들에게 딱하고, 불쌍하고, 한심해- 라는 비슷한 형용사를 세 개나 써가며 비웃은 뒤로 그 무리와 척을 졌던 일이 있는데.........그러니까........그때만 하더라도-
“으, 으으.........”
당혹감에 억눌린 신음이 입술 새로 비집고 나왔다. 짧은 시간에 무리하며 쓴 마력에 이미 숨은 거칠어져있었다.
분명 통할 줄 알았는데. 쿠니미의 입에서 ‘마수에게는 일반 물리공격과 백(白)마법 외에는 거의 통하지 않아요.’라는 말이 나온 것은 이미 징그러운 촉수들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후타쿠치의 팔과 무릎 아래를 감고 난 후였다. 왜 진작 말을 안 했냐고 욕설이나 짜증이 튀어나올 것을 알았는지, 쿠니미는 후타쿠치의 목소리가 울리기 전에 재빨리 선수를 쳤다.
“저라면 입술 벌리지 않을 겁니다. 입 안이 잔뜩 범해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죠.”
“........!”
“저기, 이왕이면 서둘러서 송환하는 게 좋을 거예요. 우선 마계 포탈부터 여세요.”
쿠니미는 낮은 목소리에 드물게도 불유쾌한 기분을 그대로 드러냈다. 처음 자신의 도움을 거절한 후타쿠치가 역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면 재밌을 줄 알았는데, 눈앞의 무엇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후타쿠치의 자기가 알아서 한다는 앞선 당부와 쿠니미 본인의 자존심만 아니었다면 벌써 눈앞의 검은 덩어리를 난도질 했을 지도 모른다.
“잠시, 아, 이, 새끼-!”
후타쿠치의 양 팔과 다리를 조이고 있던 검은 촉수가 그의 몸을 움직일 수 없게 잡아 눌렀다. 뒷목과 등에 닿는 대리석 바닥의 한기에 저도 모르게 움찔 떨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엔노시타의 책상 위에 있던 깨진 플라스크 조각들은 후타쿠치가 누워있는 바닥 주변엔 없었다. 후타쿠치의 얄팍한 인내심과 집중력을 방해하는지 셔츠 아래로 물컹한 촉수가 기어들어오자 단추들이 투둑 떨어졌다.
철퍽, 하고 얼굴에 닿은 미끈거리는 촉수 하나가 이번에는 뺨 위부터 쇄골까지 훑어 내려갔다. 후타쿠치가 아는 단어만으로는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기분 나쁜 점액질이 피부에 묻었다.
‘하아. 내가 쿠로오 그 새끼에게 평생 무시 받는 한이 있어도 다신 흑소환술 따위.......’
후타쿠치는 애꿎은 쿠로오에게 욕설을 뱉다말고 제 발치에서 꿀렁거리던 마수의 머리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것이 징그러운 입을 벌리자 그 안에서 수십 가닥의 가느다란 촉수들이 더 기어 나와 꿈틀거리고 있었다.
“..........”
환장하겠군.
그의 머릿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쿠니미의 존재감 따위 이미 잊혀진지 오래였다.
아까까지도 조금 막연하게 느껴지던 위협이 점점 전신을 휘감았다.
이거 원래 ㅊㅅ구금보고 싶어서 이어쓰던 썰인데 내 안의 쿠니미가 절대 거기까진 허락 안 할 듯. 소유욕 강한 쿠니미 자기보다 한참 서열 낮은 마수의 하극상같은거 보고 있을 아이가 아니라서 구금 직전까지만 가지, 끝까지 가진 않을 것 같음 애초에 둘이 같이 들어오게 하는게 아니었는데... 막 꿀렁꿀렁한 촉수에 팔다리랑 잡혀서 후드까진 벗겨졌는데 그 이상은 쿠니미가 아까까지 누르고 있었던 마력 방출해서 촉수가 니로 뒤쪽은 못 건드리게 자기가 마법 따로 쓰고 있었음.
결국 보다못한 쿠니미가 다 필요없음 내가 찢어죽일거임ㅇㅇ이러면서 검 뽑아드는데 후타쿠치가 눈동자 움직여서 '왜.....내 실력을 못 믿어?' 이럼. 옷 찢겨서 벗겨지고 얼굴이랑 몸에 점성의 지독한 액체 묻어서 꼴이 말이 아닌데 허세 부리는게 가소롭다는 얼굴로 쿠니미가 '당연하죠. 인간 혼자 힘으로 고위 마수를 돌려보내는 건-' 까지 얘기하다가 순간 당황함. 진짜 후타쿠치가 자기 남은 마력 써써 포탈 열었으면 좋겠다. 물론 한 5초만에 닫히려고 했지만 쿠니미가 도와줘서 무사히 송환 했으면. 쿠니미가 다 끝나고 꼴 엉망진창인 니로에게 다가와서 괜찮냐고 부축해줌.
물론 뒤가 뚫리는 위험은 없었지만 니로 진짜진짜 쿠니미 앞에서 너무 쪽팔리고 개고생했고 그래서 쿠로오에게 괜히 실력자랑/증명한답시고 흑소환술은 안 쓰겠다고 굳게 다짐했으면...그래도 고위마수 거의 혼자 힘으로 포탈도 열고 돌려보냈으니 스스로가 너무나 대견한 니로와 달리 쿠니미는 왠지 고생을 사서 하는 듯한 니로에게 짜증이 가득함, 그리고 며칠 후에 자기 연구실에 돌아와서 이 난장판을 본 엔노시타가 싸하게 웃는 얼굴로 '우리 켄지. 미친 짓 하려면 네 연구실에서 하지, 왜 남의 방을 이렇게 어지렵혀 놨을까?' 이러면서 쫓아와서 도망치다가 숨 차 죽을 뻔한 후타쿠치
그동안 오이카와에게 인간계에 휴가 갔냐는 연락 한 3번, 카게야마에게 어디냐는 연락 1번, 킨다이치에겐 제발 자기 혼자 두지 말라는 연락(?) 한 10번 이상 왔는데 쿠니미가 열심히 모른 척 하고 있었으면. 결국 견디다 못한 킨다이치가 몰래 쿠니미 위치 추적해서 어버버버 하면서 니로 방으로 텔레포트 했으면 좋겠음.
근데 거기 쿠니미는 없고(아침산책나감) 니로가 뒹굴거리는 중이었음. 쿠니미 처음 인간계에 소환되었을 때 복장이랑 똑같은 거 입고 나타난 킨다이치 보고 니로가 ‘아........’ 이러면서 머리 감싸 쥐고 신음하고 킨다이치는 인간의 방에 온통 쿠니미 냄새가 남아있으니까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당황.
게다가 저 인간의 몸에서도 쿠니미 냄새가 나서 더 패닉. 그런데 니로가 킨다이치 부르면서 넌 내가 소환한 것도 아니니까 식객 할 거면 꺼지고 네 친구 데리러 온 거면 제발 좀 데리고 가라고 했음 좋겠다. 오이카와가 늘 인간은 우리보다 약해서 마족 무서워하는 하찮은 겁쟁이들이라고 했는데 니로가 자기 앞에서 막 나가니까 2차 멘붕 오는 킨다이치,
그런데 암튼 쿠니미 나가있는 사이에 니로가 쿠니미 뻥친거 듣게 되었음. 니로는 마족의 키스랑 각인을 취소하는 법에 대해서 물었는데 킨다이치가 눈치 없이 그런 거 없다고 다 말해버려서ㅋㅋ결국 산책에서 돌아온 쿠니미가 방 한 가운데에 어정쩡하게 서있는 킨다이치랑 자기 노려보는 니로 보고 대충 상황 파악하는 거
니로가 씩씩 다가와서 엄청 세게 벽쿵! 하면서 왜 거짓말했냐고 하면 쿠니미는 안 놀라는데 뒤에 서있던 킨다이치가 깜놀함. 거기서 쿠니미가 한숨 쉬고 자기가 가출하게 된 기구한 처지에 대해 (내용 80%가 사실 카게야마)말하면서 자기 갈 데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함. 그 다음에 나의 행방에 대한 마왕님의 관심이 끊긴 다음에 조용히 복귀해야지, 지금 혼자 복귀했다간 마왕님(오이카와)께서 소환자인 후타쿠치씨에 대해 분명 궁금해 하시면서 당신을 찾아오실 거라고 말함. 근데 그 상황 상상하고 뒤에서 순진한 킨다이치까지 측은한 눈길 보내니까 왠지 딴 건 몰라도 마지막에 마왕이 찾아온다는 건 진심 같아서 진짜 진짜 어쩔 수 없이 다시 쿠니미 데리고 있는 니로가 좋음.
그렇게 쿠니미와 계속 동거하고 연애해라~가끔 킨다이치도 쿠니미 보고 싶다며 후타쿠치 연구실로 휴가(?)왔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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